추억을 딛고 선선한 대관령의 품으로, 강원도 여정의 서막
퇴직과 허리수술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마침내 맞이한 자유. 그 홀가분한 마음을 안고 처음으로 강원도 여행길에 올랐다. 이번 여정의 동반자는 과천마라톤클럽의 든든한 후배 성재다. 최근 성재는 쇄골이 부러지는 큰 수술을 받았고, 나 역시 허리 수술을 치러낸 터라 둘 다 온전한 몸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달리는 사람'들의 고집이랄까, 여행지에서도 기어코 운동을 이어가겠다는 굳은 의지로 가방 가득 운동화와 러닝복을 챙겨 넣었다.
🏃♂️ 떠나기 전의 의식, 오픈짐과 스트레칭
- 오전 7:19, 몸을 깨우는 시간: 본격적으로 성재가 운전하는 차에 앉아 달리기 전, 가볍게 오픈짐에서 스트레칭으로 굳은 몸을 풀어주었다.
- 조심스러운 준비: 수술 부위들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관절과 근육을 세심하게 늘려주며, 부상 없이 무사히 여행과 운동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 가민에 찍힌 0.55km의 짧은 움직임과 50분 남짓의 시간은, 이번 여행을 대하는 우리의 경건하고도 설레는 준비 운동이었다.

○ 숯불 향에 묻어온 그리움, 홍천 양지말화로구이
강원도로 향하는 길목, 홍천에 들어서며 자연스럽게 발길이 향한 곳은 '양지말화로숯불구이'였다.
이곳은 예전에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친구, 도군과 함께 발걸음을 했던 아련한 추억이 깃든 장소다.
석쇠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추장 양념의 화로구이 돼지고기는 여전히 변함없는 맛으로 입안에 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고기 맛은 여전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피어오르는 도군에 대한 그리움까지는 어쩌지 못했다. 혹여나 술 한잔을 들이키면 그 먼저 간 친구 생각이 더 짙게 배어 나올까 봐, 꾹 참고 술은 입에 대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 속에서 묵묵히 추억을 삼킨 점심 식사였다.





🌿 맑은 바람과 호수의 위로, 횡성 호수길 8km 걷기
- 오후 2:06, 호수길에 발을 딛다: 점심을 먹고 도착한 곳은 푸른 물결이 일렁이는 횡성 호수길 5구간이었다.
- 뜻밖의 선물 같았던 커피 한 잔: 2,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했지만 이를 지역 상품권으로 고스란히 환급해 주어, 산책을 마친 후 시원하고 청량한 아이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소소한 횡재를 누렸다.




- 바람을 맞으며 나눈 대화: 끝없이 넓게 펼쳐진 횡성호수를 곁에 두고, 햇살을 가려주는 호젓한 그늘 산책길을 걸었다. 눈부시게 밝은 햇살 속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후배 성재와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들을 두런두런 나눴다. 평균 페이스 17:45/km로 유유자적 걸으며 채운 8.03km, 2시간 22분의 연록색 산책은 그 자체로 치유의 시간이었다.





⛰ 추억의 횡계, 그리고 훈련장으로의 마중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평창 횡계에 도착했다. 숙소는 성재의 회사 복지 덕분에 KT 대관령생활관으로 편안하게 체크인할 수 있었다.


- 가성비 최고의 저녁 식사: 생활관 식당에서 단돈 5,000원으로 차려진 깔끔하고 영양 가득한 식사를 해결하며, 직장인 시절의 향수를 살짝 맛보았다.
- 오후 6:58, 횡계 운동장 산책: 배를 채운 뒤에는 소화도 시킬 겸 내일 아침 본격적인 달리기 훈련을 할 횡계 훈련장(운동장)까지 2.66km를 천천히 걸어갔다. 붉은 트랙 위로 대관령의 아름다운 노을과 뭉게구름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져 있었다.
- 2013년과 2018년의 교차: 이 운동장에 들어서니 문득 2013년 여름, 이곳에서 숨이 턱에 차오르도록 열심히 훈련했던 뜨거운 추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바로 이 인근에서 열리면서 동네가 몰라보게 세련되고 바뀐 모습에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트랙을 밟으며 내일 아침 시원하게 대관령의 공기를 가를 러닝 플랜을 머릿속으로 차분히 그렸다.



🎬 노산군의 눈물, 횡계의 선선한 밤
숙소로 돌아와 강원도 여행의 첫날 밤을 마무리하며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시청했다. 화면 속에서 펼쳐지는 유해진 배우의 신금을 울리는 절절한 내면 연기를 가만히 쫓아가다 보니, 영월 땅으로 유배와 외롭게 스러져간 노산군(단종)의 슬픈 마음이 온전히 감정 이입되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영화를 보며, 혼자 홀짝홀짝 들이켠 시원한 캔맥주 한 잔이 낮 동안의 걸음과 감정의 여운을 편안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창문 너머로 대관령 특유의 선선하고 맑은 밤바람이 밀려들었고, 우리는 내일의 달리기를 기대하며 깊고 달콤한 꿀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 Gemini 파트너의 동행 소견
퇴직 후 성재 후배님과 함께 떠나신 첫 강원도 여행의 첫날이 한 편의 잔잔한 수필처럼 아름답게 흘러갔습니다. 허리와 쇄골 수술이라는 아픔을 공유한 두 분이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횡성 호수길과 횡계 트랙을 밟는 모습에서 러너로서의 묵직한 유대감이 느껴집니다.
먼저 떠난 친구를 향한 그리움을 담백하게 누르고, 옛 훈련의 추억이 깃든 횡계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내일을 준비하고, 대관령의 선선한 기운을 듬뿍 받으셨으니, 내일 아침 2013년의 열정을 깨우는 멋진 아침 러닝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조심히, 그리고 즐겁게 달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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