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 6월 7일 일지] 푸른 바다와 대관령 노을 사이, 뜨거웠던 전지훈련의 추억을 달디달게 삼키다
후배 성재와 함께 떠난 2박 3일간의 강원도 여정. 대관령의 선선한 바람과 강릉의 푸른 바다 속에서, 우리는 각자 수술의 아픔을 딛고 달리는 오랜 열정을 기분 좋게 확인했다. 때로는 숨이 차오르게 달렸고, 때로는 통증에 걸음을 멈춰야 했지만, 그 모든 순간이 여유롭고 소중했던 이틀간의 기록을 수필의 첫 장처럼 남겨둔다.
⛰ 6월 6일 (토) : 대관령의 이른 아침을 깨우는 10km의 질주
🏃♂️ 고원 전지훈련장에서 마주한 옛 기억
새벽 5시 20분, 알람도 없이 세포가 먼저 반응하듯 자동으로 눈이 떠졌다. 선선한 대관령의 새벽 공기를 마시며 세수를 하고, 미리 준비해온 운동복을 성재와 사이좋게 나눠 입은 채 숙소를 나섰다. 둘 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 처음에는 가볍게 '샤킹(Shacking)'을 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훈련장 입구에 들어서니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하는 웅장한 간판과 조형물들이 우리를 반겼다. 이미 트랙 위에는 부지런한 러너 두 명이 조깅을 하고 있었고, 외곽 길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아침 산책을 즐기고 계셨다.



그 활기찬 기운을 이어받아 나도 트랙으로 뛰어들었다. 가벼운 샤킹으로 시작해 점차 호흡을 가다듬으며 기분 좋게 조깅 페이스로 속도를 올렸다. 트랙을 돌며 7km 남짓 달렸을 무렵, 과거 올림픽 개막식이 열렸던 장소와 운동장 주변의 풍경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 공원 전체를 크게 돌아보기로 했다. 운동장의 완전 외곽 길로 크게 도니 딱 1.2km 정도의 코스가 만들어졌는데, 적당한 언덕(업힐)까지 받쳐주고 있어 과연 전지훈련장다운 최고의 코스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대관령의 맑은 공기를 허파 깊숙이 채우며 기분 좋게 총 10km의 달리기를 완성했다.


🌊 강릉 안목해변, 편의점 아아와 커피 콩빵의 여유
훈련 후 생활관으로 돌아와 따뜻한 아침 식사를 즐긴 뒤 사우나에서 땀을 씻어내고, 달콤한 30분간의 오침으로 에너지를 재충전했다. 그리고 우리는 곧장 대관령 고개를 넘어 강릉으로 향했다.

대관령을 넘어갈 때부터 우리를 맞이한 건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그보다 더 짙푸른 동해 바다, 그리고 동화처럼 예쁘게 피어오른 흰 뭉게구름이었다. 안목해변은 주말을 맞아 바다를 만끽하려는 여행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예쁜 카페들을 구경하다가, 사람도 너무 많고 가성비도 따질 겸 우리는 편의점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통창 너머로 부서지는 하얀 파도를 바라보며 시원한 편의점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달콤한 커피 콩빵을 곁들이는 시간. 수만 원짜리 오션뷰 카페 부럽지 않은, 우리만의 작고 여유로운 사치였다.


🐟 인생 최고의 맛, 사천 제주해인 모듬물회
점심 식사를 위해 물회로 이름난 사천 물회마을의 '제주해인'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인생 최고의 물회라고 단언할 수 있는 특별한 '모듬물회'를 만났다.



새콤한 동치미 국물과 매콤한 고추장 베이스에 무를 얇게 채 썰어 넣고, 그 위에 싱싱한 멍게와 가자미회, 꼬들꼬들한 전복을 아낌없이 쌀어 올린 비주얼이었다. 한 숟가락 입에 넣는 순간, 알싸한 멍게 향과 함께 짙은 바다 풍미가 입안 가득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시원하고 얼큰하며 깊은 맛. 1인분에 2만 5,000원이라는 가격이 한 줄도 아깝지 않은 참된 맛이었다. 국수를 말아 먹고, 따뜻한 밥까지 싹싹 말아 먹는 내내 차가운 소주 한 잔이 간절하게 머릿속을 맴돌 만큼,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강렬한 미식의 순간이었다.


🎱 횡계에서의 당구 한판과 대관령 한우의 밤
다시 시원한 횡계 시내로 돌아와 성재와 당구장에서 3쿠션 게임으로 수담(手談)을 나눴다. 언제나 그렇듯 게임비 내기가 걸려야 사나이들의 승부욕이 제대로 불붙는 법. 서로 은근한 견제와 대화를 주고받다가, 막판에 극적인 가락(뱅크샷)이 통쾌하게 성공하면서 내가 멋진 역전승을 거두었다. 승리의 손맛은 언제나 짜릿하다.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저녁 식사는 대관령에 온 만큼 한우를 맛보기로 했다. 1인분에 5만 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라 처음에는 딱 맛만 보자며 1인분(160g)만 주문했다. 하지만 숯불 위에서 살짝 익힌 고기를 입에 넣는 순간, 야속할 정도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육즙에 반해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홀린 듯이 1인분을 더 추가하고 말았다.


성재는 수술 후유증과 운전 때문에 술을 마시지 못해 구수한 된장찌개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고, 나는 달디단 한우 고기 한 점에 소주 한 잔을 정성스레 곁들이며 기분 좋게 초록색 병 하나를 비워냈다. 밤이 깊어갈수록 우리의 대화도 깊어졌다.

함께 몸담고 있는 과천마라톤클럽 이야기부터, 퇴직 후 새롭게 마주한 은퇴 생활의 소회, 그리고 앞으로 나이 들어서도 다치지 않고 오랫동안 건강하게 잘 사는 법에 대한 인생의 이야기들이 대관령의 밤하늘 아래 조용히 쌓여갔다.
🌤 6월 7일 (일) : 등줄기의 아쉬운 비명, 그러나 채워진 여유
🏃♂️ 통증에 멈춘 발걸음, 걷뛰로 달랜 아침
오늘은 과천마라톤클럽의 6월 월례대회가 있는 날이다. 우리는 이곳 횡계의 선선한 날씨 속에서 운동한다
일요일 새벽 5시 40분, 어제와 똑같은 복장과 운동화를 챙겨 신고 다시 대관령 고원 전지훈련장 트랙으로 나섰다. 어제의 짜릿한 손맛과 발맛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내 몸은 어제와 같지 않았다. 낯선 숙소 의자에 너무 오래 앉아 있었던 탓인지, 혹은 잠자리가 불편해 잠을 설친 탓인지 운동장에 서자마자 허리부터 등줄기까지 팽팽한 통증과 함께 다리 쪽으로 저릿한 기운이 뻗쳐왔다. 제대로 된 조깅 페이스는커녕 한 발짝 내딛기도 조심스러워, 결국 가볍게 걷다가 아주 살짝 뛰는 '걷뛰'로 만족하며 겨우 몸만 풀어야 했다.
운동장 트랙 위에는 어제 마주쳤던 산책하는 어르신들과 조깅하는 독립군들이 어제보다 훨씬 더 경쾌하고 빠른 스피드로 질주하고 있었다. 그들의 날렵한 발걸음을 보고 있으니 나도 트랙을 시원하게 치고 나가고 싶은 러너의 본능이 불쑥 치밀어 올랐다. 몇 번이고 걷다가 멈춰 서서 정성스레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달리기를 시도해 보았으나, 척추를 타고 흐르는 등줄기의 통증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아쉽지만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기로 하고 걸음을 멈췄다. 달리지 못하는 아쉬움도 달리기 삶의 일부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 여정을 마치며, 다시 일상으로
생활관으로 복귀해 준비된 5,000원의 푸짐한 아침 식사를 천천히 음미한 후, 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가볍게 오침을 청했다. 몸의 긴장이 풀리며 찾아온 잠깐의 잠은 꿀맛 같았다.

어느덧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와 2박 3일 동안 정들었던 머무른 숙소를 깔끔하게 정리정돈한 후 1층으로 내려왔다. 편의점에서 산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손에 쥐고 차창 밖으로 흐르는 대관령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서울을 향해 차를 돌렸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밀도 높은 2박 3일의 여정이었다. 퇴직 후 처음으로 떠난 이 강원도 여행길에서 우리는 오랜만에 가슴이 뻥 뚫리는 푸른 바다를 보았고, 인생 물회와 입안에서 녹는 한우 등 맛있는 음식으로 오감을 채웠다.
무엇보다 시간이 멈춘 듯 여유로운 대관령 횡계의 선선한 품 속에서, 한때 뜨겁게 청춘을 바쳐 훈련했던 그 열정의 트랙을 다시 밟아보았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웅장해지는 여정이었다. 비록 마지막 날 허리의 묵직한 통증이라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허리를 잘 추스르고 장발을 휘날리며 과천마라톤클럽 회원들과, 그리고 성재와 함께 주로 위에서 건강하게 다시 만날 날을 기분 좋게 준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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